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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rushed

동감: 같은 것을 보고/듣고/느끼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마음이 가늘게나마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게 된다. 그리고 그런 것은 퍽 위로가 된다.

가족들과 헤어져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았던 지난 겨울, 그림없는그림책님이 링크해놓으신 음악을 지구 반대편에서 같이 듣다가 눈물이 벌컥 쏟아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,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 사실이 퍽 위로가 되었다.

"나도 그래" 그 한마디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냥 폭포수처럼 눈물이 터졌다.

Never say never: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다, 라고 이정표를 세워보지만,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정표일 뿐. 인생의 어느 한 시점을 지날 때마다 찍는 인생의 진도표와 같은 것이다. 나는 나를 이만큼 알았다고 생각하지만, 또 어느 샌가 시간이 지나고 변하는 환경에 맞춰 나도 조금씩 자리를 이동하다보면 어느 샌가 처음의 그 위치와는 다른 곳에서 (때로는)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서 있다. 이제 방황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, 다시 세 번째 탐색이 시작된 것 같은 기분이다.

부모님도 50이 넘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는 중이라는 소식을 동생을 통해 전해들었다.

"네가 결국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, 너 자신조차도 모르는거다. Never say never."

S언니가 해준말을 가만히 곱씹고 있다.


나는 어떻게 될까.

갑자기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.

지난 3년간 단순무식한 인간이 되기를 꿈꿔왔던 나 자신이 약간 경멸스러웠다.

조금, 움츠러들었다.

다른 사람들을 만나 다른 반응을 보이며, 다른 내 모습을 보여주는 다면체같은 인간의 모양새에 새삼 '나는 누구인가'라는 질문이 떠올랐다.

시간이 지나도 벗어날 수 없는 것들이 있다.

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, 왜 그런지가 이해가 잘 되기 때문에, 그래서 더 슬픈거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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